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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네번째 업둥이 란초(♀). 2014 ⓒ 김사익 


한동안 우리집 냥이들 소식이 뜸했지요? 그간 별 탈 없이 지내준 냥이들 덕분인 것도 있지만 주된 핑계를 대자면 지금부터 이야기할 우리집 네 번째 업둥이인 '란초' 탓이기도 하답니다.




촉촉하게 봄비가 내리던 4월 초. 딸아이가 하교길에 비를 맞고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고양이 한마리를 구조해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구조 1일 차. 

일단 고양이의 상태를 알기 위해 급히 따뜻한 물로 씻고 닦여서 전기 핫팩으로 체온을 유지한 뒤 간단하게 먹이를 줘보니 먹성은 좋더군요. 휴~ 다행히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먹이를 먹고 있는 구조냥이를 조심스레 살펴보니 페르시안처럼 보이는 장모종에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길냥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포스?때문에 비가 그친 후 구조한 인근에 데려가 보기로 하고 우리 아이들과 격리해서 상태를 관찰했답니다. 혹시 가출한 고양이를 애타게 찾는 집사가 있을지 모르잖아요?  


구조 2일 차. 

어제보다 비가 더 내려서 오늘 하루 더 보호해야겠네요. 살펴보니 유기 혹은 방치된 지가 오래되었다는 게 표시가 나네요. 귀에는 염증과 온갖 이물질이 나오고 화장실을 못 가리며 바뀐 사료 탓이겠지만 간밤에 냄새가 심한 설사를 하네요. 덕분에 미미맘이 바빠졌습니다. 급히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도 봤지만, 소변만 보고 대변은 못 가립니다. 그래도 눈치는 보더군요. 안쓰럽기도 하지만 임보하는 동안 이 아이에게는 정을 안 줄려고 했었죠. 바로 보내야 될 수도 있기에...  


구조 3일 차. 

3일 동안 내리던 긴 봄비가 그쳤습니다. 봄비도 안타까웠는지 유달리 오래 내리더군요. 그 덕에 설사는 잦아들었습니다. 잠시 이 아이를 안고 구조한 인근을 다녀봤지만 찾고 있는 게시물조차 없습니다. 염려하던 데로 단순 유기묘는 아니네요. 할 수 없이 단골 동물병원에 데려가 귀의 염증을 치료하고 건강상태를 확인해봤지만 큰 이상이 없으나 뒷다리를 약간 절고 2년령 이상 암컷이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집에 와서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긴급가족회의!!! 구조해온 딸아이는 자기가 돌볼 테니 집에서 지내게 해달라고 떼를 쓰더군요. 딸아이 말 대로하기에는 꼬꼬때부터 데리고 있던 우리 아이들과 면식 없는 구조냥이랑 같이 지내는 게 좀 꺼려지기는 하더군요. 외부감염요소도 무시 못 하잖아요. 


구조 4일 차 - 유기묘의 흔적을 없애라.

고심 끝에 입양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충 씻기긴 했지만, 도저히 수습이 안 되는 꼬인 털을 얼굴과 손발 꼬리를 제외하고는 다 밀어버렸네요. 너무 앙상하더라고요. 머리만 큰 가필드 고양이처럼 보여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나마 다행인 게 코숏보다 순하네요. 후훗~  그 짧은 시간 이미 정이 들어 사심이 섞였는지 하앜질도 애교스럽게 해요. 


아 참... 이름은 딸아이가 지었는데 란초라고 부르더군요. 란초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별명이라더군요. 알아보니 비스트의 장현승의 별명이었습니다. ㅋ 어감도 좋고 해서 그러자고 했네요.    


△ 우리집 네번째 업둥이 란초 - 구조 4일 차. 2014 ⓒ 김사익 


이 사진이 구조 4일 차에 털 깎이고 치치 옷 빌려서 입힌 모습입니다. 아직 눈빛이 까칠하죠? 저 순둥이가 눈빛만 이래요. 아직 같이 지내는게 어색해하는 모습이 사진에서도 보이네요.  


△ 우리집 네번째 업둥이 란초. 2014 ⓒ 김사익 


이렇게 잘 지내나 싶더니 입양한 지 두 달도 채 안 돼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나른한 오후... 미미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주 다급한 목소리였던 걸로 기억나네요. 란초가 캣타워 꼭대기에서 놀다가 떨어졌는데 뼈가 상했는지 다리를 전다는 거였습니다. 급히 집에 와서 란초를 조심스레 살폈죠.오른쪽 다리를 끌면서 다니고 뭔가 행동이 부자연스럽더군요. 살짝 안아서 다리를 만져보니 다행히 부러 진 데는 없더군요. 좀 지나니 이제 서있거나 앉아있지도 못하고 오른쪽으로 넘어집니다. 


갑자기 심쿵~!!! 


뭔가 크게 잘못됐구나 싶더군요. 급히 병원에 데리고 갔죠. 경위를 듣고 증상을 살펴보시던 원장님 표정이 어둡습니다. 경추 손상이 의심된다고 이럴 경우 2~3일 후에는 호흡기 신경이 마비되어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수 있지만, 아직 손 써볼 조치는 한가지 있으니 경과보고 차도가 없으면 고통 없이 편히 보낼 수 있게 안락사를 하자고 하십니다. 여러 주사를 맞히고 앙상한 팔에 링거가 꼽히네요. 마지막 희망입니다. 250mL의 링거를 24시간동안 맞혀야 된답니다. 10초에 한방울씩... 


집으로 데리고 와 미미맘과 불침번 교대해가며 10초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링거를 밤새 바라봐야만 했습니다. 그 와중에 치치는 란초 가까이와 응원하듯 옆에 있네요.    


△ 우리집 네번째 업둥이 란초 - 링거 투혼 중. 2014 ⓒ 김사익 


정말 다행입니다. 많이 힘들어 보이지만 화장실 가려고 걷고 있네요. 아침에 원장님과 통화를 하니 상태가 호전되는 모습이랍니다. 함께 받아 간 가루약를 먹여보라고 하는데 도통 먹지를 않네요. 란초야... 힘내. 얼른 이겨내라.


△ 우리집 네번째 업둥이 란초 - 내 사랑 쥐돌이. 2014 ⓒ 김사익 





지금은 아주 활발하게 잘 지낸답니다. 집 안에서는 미미가 대장, 집 밖에 나서면 란초가 대장.... 란초를 제외하곤 우리 아이들은 집 밖만 나가면 꼬리 감추고 배로 바닥 쓸고 다닌답니다. ㅎㅎ 그래서 란초랑 자주 외출을 하게 되는데 이것도 쉽지가 않아요. 외출할려고하면 버림받은 기억이 있어 그런지 꼭 한번은 오줌을 싸서 미미맘을 곤란하게 하곤 하네요. 차차 나아지겠죠?



△ 우리집 네번째 업둥이 란초. 2014 ⓒ 김사익 


△ 우리집 네번째 업둥이 란초. 2014 ⓒ 김사익 


△ 우리집 네번째 업둥이 란초. 2014 ⓒ 김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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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사진가 김사익


    『부산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그리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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